전쟁과 지혜의 여신이며 공예의 여신이기도 한 아테나는 제우스와 그의 첫 번째 아내인 메티스의 딸이다. '지혜'와' 배신'을 함께 의미하는 메티스는 티탄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로 제우스의 사촌이다. 크로노스에게 먹힌 제우스의 형제들은 크로노스가 토해 내게 만든 약을 제우스에게 준 장본인이 메티스였다. 메티스가 임신했을 때 가이아는 메티스가 이번에는 딸을 낳겠지만 두 번째는 아들을 낳아 아버지 제우스의 왕권을 빼앗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걱정이 된 제우스는 주저하지 않고 메티스를 삼켜 버렸다. 메티스가 달이 차서 해산할 때가 되자 제우스의 머리가 몹시 아팠다. 분만의 진통이었다.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도끼로 자신의 두개골을 깨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자 갈라진 제우스의 머리 틈으로부터 완전 무장한 아테나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출생지는 리비아의 트리토니스(Tritonis) 호숫가였다.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난 아테나는 제우스의 분신과 같았다. 게다가 어머니 없이 혼자 태어난 아테나를 제우스는 유난히 아꼈다.
미케네 시대부터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답게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아테나는 특히 제우스가 기간테스들과 싸울 때 중요한 역할을 해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 그때 아테나는 기간테스 중의 하나인 팔라스(Pallas)의 살가죽을 벗겨 자신의 방패에 씌웠다. 그리고 또 다른 거인 엥켈라도스(Enkelados)를 멀리까지 쫓아가 시칠리아 섬을 집어던져 눌러놓았다.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죽인 메두사의 머리를 방패에 달고 다녔는데, 메두사의 머리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 방패는 무적의 방패로 통했다. '아이기스'라고 불리는 이 방패는 원래 제우스의 것이었는데 그가 아테나에게 물려준 것이다. 아테나의 신분과 역할을 나타내는 표장은 창과 투구와 둥근 방패 '아이기스'이다. 아테나는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기 때문에 '아테나 니케(Nike)'라고도 한다. 니케는 영어의 '나이키(Nike)'로 '승리'를 뜻한다. 지중해 연안의 도시 '니스(Nice)'도 '니케'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아테나는 승리의 여신이다. 그러나 아테나는 무신 아레스와 다르다. 사나운 혈기의 아레스는 살생을 하도록 몰아붙이는 맹목적인 무신이지만, 아테나는 전쟁을 통해서 정의를 구현하고 이성을 실천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영웅들을 보호해 주고, 그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위기를 벗어나도록 인도해 주는 영웅들의 수호 여신이기도 하다. 트로이 전쟁 때는 그리스 군을 도와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를 보호해 주었고, 헤라클레스가 강제 노역을 할 때는 몰래 도와주었으며, 이아손의 원정선 아르고 호 건조를 후원했고,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도록 도와주었다.
아테나는 특히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이 말해 주듯이 '처녀' 신으로 유명하다. '파르테논'이란 '젊은 처녀'를 뜻하는 '파르테노스(Parthenos)'에서 비롯된 말로, '젊은 처녀의 것'이라는 뜻이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인들이 젊은 처녀 신 아테나에게 지어서 바친 신전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아테나는 여러 호칭을 갖고 있다. '아테나 니케'와 함께 '아테나 파르테노스'라는 호칭도 가진다. '젊은 처녀 아테나'라는 뜻이다. 파르테논 신전 옆에는 승리의 여신 아테나를 모시는 아담한 '아테나 니케' 신전이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테나는 아프로디테와 대립된다. 아테나는 아프로디테가 싫어하는 '무기'를 들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자신의 순결을 굳게 지키기 때문이다.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영향을 미치며 남녀의 결합을 주선하는 아프로디테와는 반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아테나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아테나가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방문했을 때, 헤파이스토스가 강제로 아테나를 욕보이려고 했다. 그러나 아테나가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만 그는 여신의 허벅지에 사정하고 말았다. 불쾌해진 아테나는 양털 뭉치로 그것을 닦아 땅으로 던졌다. 그러나 신의 정액은 땅을 잉태시켰고 그로부터 에리크토니오스(Erichthonios)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에리(eri)'는 양털을 뜻하고 '크토니오스(chthonios)'는 '땅에서 태어난'을 뜻한다. 이 아이는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뱀이었다. 아테나는 이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생각하고 다른 신들 몰래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아이를 상자에 넣어 아테네 왕 케크롭스의 딸 판드로소스(Pandrosos)에게 맡기면서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판드로소스의 동생 아글라우로스(Aglauros)는 호기심을 못 이겨 상자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아이의 흉측한 모습에 너무 놀라고, 게다가 아테나의 저주까지 곁들여 자매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아테나는 아이를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자신의 신전 깊숙한 곳에서 길렀다. 아이는 자라나서 케크롭스의 왕권을 이어받아 아티카 지역을 지배하고 아테네 왕족들의 선조가 된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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