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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그리스 신화 - 아폴론 2

by 미네R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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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은 또한 모든 주술의 신이다. '열광'으로 영혼을 사로잡는 일은 그의 몫이다. 이 점에선 디오니소스와 닮았다. 그러나 디오니소스가 술의 힘으로 영혼을 사로잡는 반면, 아폴론은 시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주술의 힘으로 영혼을 사로잡는다. 디오니소스의 '열광'보다 덜 황홀하고 덜 강렬하지만, 더욱 감미롭고 유연한 것이 강점이다. 물론 아폴론도 무녀 피티아를 통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입에 거품을 무는 '광적인' 상태의 주술로 신탁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신탁은 음악과 시의 인위적인 감미로운 아름다움을 통한 '열광'과는 다르다. 아폴론은 햇빛의 신이기 때문에 햇빛이 도취시키는 영혼의 고양 상태를 시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는 아홉 명의 뮤즈들을 지휘했고 그 가운데 막내 칼리오페를 사랑하여 시성 오르페우스를 낳는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버지로부터 의술을 물려받듯이 오르페우스는 아버지로부터 음악과 시의 재능을 물려받아 최고의 시인이 된다.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폴론은 많은 사랑을 했지만 연인과 사랑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아폴론은 테살리아 지방의 페네이오스(Peneios)강의 딸인 요정 다프네(Daphne)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응해 주지 않고 산으로 도망쳤다. 아폴론이 계속 쫓아오자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변신시켜 달라고 애원했다. 페네이오스는 딸을 월계수로 변하게 했다. 다프네를 잊지 못한 아폴론은 월계수를 자신의 나무로 삼았다. 아폴론의 또 다른 사랑의 불운은 코로니스와의 관계였다. 코로니스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아폴론을 속이고 이스키스(Ischys)에게 결혼을 허락했다가 발각되어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죽는다. 아폴론은 화장을 치르기 직전에 코로니스의 배에서 아이를 꺼냈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Priamos)의 딸 카산드라(Kassandra)와의 사랑에서도 아폴론은 불운했다. 아폴론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카산드라는 예언력을 달라고 했다. 아폴론은 그녀에게 예언술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예언술을 배우고 나자 그녀는 아폴론의 요구를 거절했다. 화가 난 아폴론은 그녀의 입에 침을 뱉어 그녀의 설득력을 잃게 했다. 그 후론 카산드라가 아무리 옳은 예언을 해도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아폴론은 여자들뿐만 아니라 미소년들도 사랑했다. 아폴론의 사랑을 받은 히아킨토스(Hyakinthos)는 아폴론과 함께 원반 던지기를 하며 놀다가 불행하게도 아폴론이 던진 원반에(혹은 바위에 부딪혀 튀어나온 것이라고 한다) 맞아 죽었다. 그의 피에서 히아신스(Hyacinth) 꽃이 피어났다. 아폴론은 또 다른 미소년 키파리소스(Kyparissos)도 사랑했다. 이 소년은 어느 날 자신이 기르던 꽃사슴을 실수로 죽게 해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삼나무로 변했다. 두 미소년의 죽음과 변신은 아폴론을 매우 가슴 아프게 했다.

아폴론은 사랑의 시련 이외에도 인간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포세이돈, 헤라, 아테나와 힘을 합쳐 제우스를 쇠사슬로 묶어 하늘에 매달아 놓으려던 음모가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그 벌로 포세이돈과 함께 트로이의 왕 라오메돈(Laomedon)을 위해 성벽을 쌓아야만 했다. 노역이 끝나 품삯을 달라고 왕에게 요구하자 분노한 왕은 두 귀를 자르고 노예로 팔아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아폴론은 역병을 퍼뜨려 앙갚음했다. 시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폴론의 아들이자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사람을 살려내자 제우스가 운명을 거슬렀다는 죄로 벼락을 내리쳐 죽게 했다. 화가 난 아폴론은 제우스에게 벼락을 만들어 준 키클롭스 형제들을 활을 쏘아 죽였다. 그 벌로 아폴론은 아드메토스(Admetos) 왕의 소 떼를 보살펴야 했다. 아폴론이 소 떼를 보살피자 소들이 새끼를 많이 쳐서 아드메토스 왕은 넉넉함을 즐길 수 있었다.

아폴론의 징벌 또한 대단했다. 어느 날 마르시아스(Marsyas)라는 시냇물의 신이 아테나가 버린 쌍피리를 주워 아름답게 연주했다. 주변 사람들은 아폴론의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치켜세웠다. 우쭐해진 마르시아스는 아폴론에게 도전했다. 물론 이길 수 없었다. 아폴론은 마르시아스를 나무에 묶어 산 채로 살가죽을 벗겨 죽였다. 그러나 곧 아폴론은 자기가 저지른 행동을 후회해 자신의 리라를 부숴버리고 마르시아스를 강으로 변신시켜 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다른 징벌도 있었다. 탄탈로스의 딸 니오베(Niobe)는 아들딸을 각각 일곱씩 두고 흐뭇한 나머지 아들딸을 하나씩밖에 못 둔 아폴론의 어머니 레토를 은근히 깎아내렸다. 결국 그녀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아들딸을 모두 잃고 말았다. 아폴론은 신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오만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스 전역에서 아폴론은 예언과 활로, 그리고 시와 음악과 의술로 숭배받았다. 그는 제우스가 이끄는 올림포스의 가부장적 절대 권력의 수호자였기 때문에 인간의 오만 등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어떤 것이든 용납하지 않았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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