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력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인간까지 사랑하면서부터 이성과 사랑을 나누는 여신으로 약화되다가 쾌락의 여신으로까지 변모하게 된다. 이성과의 사랑을 관장하는 것은 에로스의 역할이 되었고, 아프로디테는 신전 방문객의 육체적 쾌락을 위해 몸을 파는 매춘부들의 수호신이 되어 성욕을 부추기는 여신으로 전락하게 된다. '최음'을 뜻하는 'aphrodisiac'이 아프로디테의 이름에서 비롯한 것은 아프로디테의 이 같은 변모를 잘 보여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아름다움과 사랑과 생식력의 여신이 대중 속으로 널리 전파되고, 매력적인 자태가 약화 소멸되어 쾌락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에게는 변치 않는 속성도 있다. 그것은 가공할 질투심과 복수심이다. 매혹적인 여신일 때나 쾌락의 여신일 때나 변치 않고 남아 있었다. 좋은 특성과 미덕은 사라질 수 있지만 나쁜 버릇과 못된 구석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아프로디테의 복수심과 저주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자신의 연인 아레스에게 몸을 허락한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는 끊임없이 사랑하게 되는 저주를 내렸으며, 렘노스 여인들이 자신을 저주하자 그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악취를 주어 남편들이 그녀들을 버리고 노예들을 사랑하게 했다. 그 후 그녀들이 남편들을 모두 학살하고 여성만의 사회를 만들게 한 것도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싫어하거나 자신을 숭배하는 일을 소홀히 한 자들에 대해선 가차 없었다.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Pasiphae)가 자신을 숭배하는 일을 소홀히 하자 파시파에가 황소를 사랑하게 하여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라는 괴물을 낳게 한다. 미노타우로스란 '미노스의 황소'란 뜻인데,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가진 이 괴물은 훗날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퇴치된다.
미의 여신답게 그녀는 아름다움에서 뒤떨어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가 많은 신들과 인간들이 참석한 결혼 피로연장에 '가장 아름다운 님에게' 보낸다며 황금 사과를 던져 넣었을 때 헤라와 아테나가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자, 아프로디테는 판결관인 트로이의 파리스에게 자신을 지목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헤라는 왕권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아테나는 불패의 영웅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파리스의 판결'이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은 것은 아프로디테였다. 그러나 아프로디테가 주겠다고 약속한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고,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에게 빼앗긴 왕비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 원정을 떠난다. 그 후 10년간 벌어지는 트로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헬레네였지만, 실제로는 아름다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아프로디테의 가공할 질투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결국 그녀는 파리스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앙키세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아들 아이네이아스의 나라기도한 트로이를 응원했고, 전투 중에 파리스를 구출하고 디오메데스(Diomedes)에게 공격당하는 아들을 보호하느라고 상처를 입기까지 한다. 아프로디테는 질투심이 강해 복수도 잘했지만 반대로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은 아프로디테의 보살핌이었으며, 피그말리온(Pygmalion)이 자신이 만든 여인 조각상을 열렬히 사랑하자 그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도 아프로디테였다.
기원전 2세기경 아프로디테는 식물을 주관하는 로마의 토착신 비너스(Venus)에 흡수 동화되면서 질투심과 복수심이 약화되고 좋은 일을 하는 국민적인 여신으로 숭배된다. 로마인들은 '행복과 번영의 비너스', '승리의 비너스', '어머니 비너스' 등으로 부르면서 로마 민족의 시원이 아프로디테와 그의 아들 아이네이아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 로마의 수호신' 비너스 숭배 의식을 거행했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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