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1

by 미네R 2022. 10. 14.
반응형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이다. 그러나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탄생』에 따르면, 크로노스가 낫으로 잘라 던진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져 그 정액이 바닷물에 섞여 거품이 되었고, 그로부터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 한다. '아프로디테(Aphrodite)'라는 이름은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라는 뜻이다. 'aphros'가 거품을 뜻하기 때문이다. 거품은 처음에는 펠로폰네소스 남쪽 퀴테라 섬 해안에 닿았다가 퀴프로스 섬까지 밀려갔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여신이 태어났다. 계절을 주관하는 호라이 세 자매 신과 우아함의 여신인 카리테스 세 자매가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맞아들여 아름답게 치장해 주었다. 아프로디테가 지나가는 길에는 꽃이 피어났다. 아프로디테는 '퀴테라 섬 사람'이라는 뜻 '퀴테레(Kythere)'와 '퀴프로스 섬 사람'이라는 뜻 '퀴프리스(Kypris)'라고도 불리며, 또한 '바다에서 나온 여자'라는 뜻의 '아나뒤오메네(Anadyomene)'라고도 불린다.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열두 신들 중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제우스의 누이들처럼 인도유럽인이 그리스로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숭배받던 여신이었다. 아프로디테 신앙은 처음에는 시리아에서 싹터 그곳의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인근의 퀴프로스 섬을 거쳐 퀴테라섬으로 전파된 다음 그리스 본토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된다. 셈족에서 시작된 아프로디테 숭배가 에게 해를 타고 그리스로 들어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무엇보다도 인간들과 동물들 그리고 신들까지도 예외 없이 빠져드는 사랑의 욕망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그 어떤 존재도 벗어날 수 없는 아프로디테의 힘은 두려울 정도다. 결혼 생활의 수호 여신 헤라의 아름다움이 정숙 단아한 귀부인의 자태라면, 아프로디테의 모습은 이성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이다. 헤라를 약간이라도 벗은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담아낸 회화와 조각들은 모두 반쯤 흘러내린 옷 사이로 속살이 드러난, 혹은 벌거벗은 여인의 육체를 보여준다. 여러 화가들이 '아프로디테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 조개껍데기 위에 서 있는 아프로디테는 완전히 벌거벗은 모습이다. 이 그림들은 아프로디테라는 여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관능의 아름다운 주체로서 여인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사랑을 욕망하는 눈에 비치는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아프로디테이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를 쫓아다니는 보조 신들로는, 청춘의 여신 헤베(Hebe), 조화의 여신 하르모니아(Harmonia), 계절의 여신 호라이(Horai) 세 자매, 우아함의 여신 카리테스(Charites) 세 자매 등이 있다. 그들은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면서 옷 치장, 몸 치장 등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위해 갖가지 잔심부름을 했다. 아다움의 여신의 자태에 걸맞게 몸을 가꾸며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가 헤라와 아테나와 함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 앞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구실로 헤라와 아테나를 제치고 파리스의 판결을 받은 것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타고난 미모를 끝없이 꾸미고 가꾼 덕분일 것이다. 정숙 단아한 아내의 전범인 헤라와 기예와 승리의 처녀 신 아테나는 '아름다운 여인'의 전범이 될 수 없었다. 욕망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여인은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고 그로부터 사랑이 꽃피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프로디테에게는 많은 사랑의 일화들이 따라다닌다. 후일 알렉산드리아 미술가들이 그녀를 그릴 때 화살을 들고 다니는 꼬마 에로스를 같이 그린 것도 그 때문이다.

여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였지만 제우스 때문에 못생기고 절름발이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편에게만 매달려 있을 아프로디테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랑의 여신답게 많은 사랑을 나누었다. 특히 전쟁의 신 아레스(Ares)와의 관계는 유명하다. 두 연인은 밝은 대낮에도 자주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를 지켜본 태양 헬리오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그 사실을 일러주었다. 대장장이이자 기술자인 헤파이스토스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쇠 그물을 침대 위에 설치해 놓았다가 둘이 다시 사랑을 나누는 순간 그물을 내려 둘을 꼼짝 못 하게 잡아놓고, 올림포스의 모든 남신들을 불러 모아 망신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관계는 지속되어 그로부터 포보스(Phobos), 데이모스(Deimos), 하르모니아(Harmonia), 에로스(Eros)의 네 자식이 태어났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아버지 아레스를 수행하고 하르모니아와 에로스는 아프로디테를 수행했다.

또한 아프로디테에게는 사랑의 묘약과 같은 비책이 있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아프로디테는 "현명한 사람들을 홀려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움과 욕망과 애정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수를 놓은 띠"를 가슴에 달고 다녔다. 헤라가 남편 제우스를 사랑으로 구슬려 아카이아 군을 도울 생각으로 아프로디테에게 남편을 매료시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자, 사랑의 여신은 가슴에 달고 있던 띠를 헤라에게 빌려주며 품은 뜻을 이루라고 말한다. 헤라는 이 띠를 가슴에 달고 제우스에 다가가 정욕에 불을 지르고 사랑을 나눈 뒤 제우스가 잠든 틈을 타 아카이아 군이 트로이 군을 공격하도록 해서 열세였던 전세를 만회시킨다.

아프로디테는 헤르메스와도 정을 통해 양성을 가진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를 낳았다.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이름은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이름이 합쳐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포세이돈과도 사랑을 나누었고 디오니소스와도 어울렸다. 디오니소스와의 관계에서는 대단히 큰 남근을 가진 번식력의 신 프리아포스(Priapos)가 태어났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193

반응형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3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2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헤라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데메테르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제우스의 애정 행각 2  (0) 2022.10.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