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2

by 미네R 2022. 10. 14.
반응형

많은 사랑을 나눈 아프로디테였지만 아름다운 청년 아도니스(Adonis)와의 사랑은 특히 열렬했다. 아도니스 이야기는 시리아에서 비롯됐다. 시리아의 왕 테이아스(Theias)에게는 스미르나(Smyrna) 혹은 미르라(Myrrha)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왕이 딸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자신의 딸이 아프로디테보다 더 예쁘다고 공헌하는 바람에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샀다. 여신은 그 딸에게 욕망을 일으켜 아버지와 동침하게 했다. 유모와 공모한 스미르나는 아버지를 속이고 열이틀 밤이나 동침했는데, 열이틀째 밤에 아버지 테이아스는 드디어 딸의 행각을 알아채고 딸을 죽이려 했다. 스미르나는 신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신들은 그녀를 미르라나무로 변신시켜 주었다. 열 달 뒤 나무껍질이 벗겨지면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는 '아도니스'라고 불렸다. 아이가 대단히 아름다운 것을 본 아프로디테는 아이를 거두어들여 페르세포네에게 지하 세계에서 은밀히 길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지하 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역시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프로디테에게 아이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제우스가 중재에 나서야 했다. 일 년의 3분의 1은 아프로디테와 살고, 3분의 1은 페르세포네와 살고, 나머지 3분의 1은 아도니스의 선택에 맡기기로 결정이 났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좋아해 일 년의 3분의 2를 아프로디테와 함께 지상에서 살기로 하고 나머지 3분의 1만 지하 세계에서 페르세포네와 지내기로 했다. 아도니스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프로디테와 지상에서 함께하는 기간은 꽃이 피는 봄부터 나뭇잎이 지는 가을까지이고, 모든 꽃과 나뭇잎이 시들어 죽는 겨울엔 어두운 지하 세계에서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냈다.

한편 아프로디테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던 아레스는 질투심에 불타,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아도니스가 멧돼지에게 받히게 했다. 심하게 다친 아도니스는 죽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흘린 피에서 붉은 아네모네 꽃이 피어났다. 그를 구하러 달려오던 아프로디테는 가시나무에 발을 찔렸고 그 피가 그때까지는 흰색이었던 장비를 붉게 물들였다고 한다. 아프로디테는 연인을 잃은 비통한 마음으로 매년 봄 시리아 여인들로 하여금 아도니스를 회상하는 기념 축제를 만들게 했다. 매년 봄이 되면 시리아 여인들은 아네모네 꽃씨를 심은 화판에다 따뜻한 물을 주어 꽃이 빨리 피게 했다. 이것을 '아도니스의 화원'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렇게 서둘러 피어난 꽃들은 곧 시들어 죽는다. 그때 여인들은 아프로디테가 사랑한 청년의 죽음을 떠올리며 곡을 해댄다. 그러면 비블로스(Byblos) 지방을 흐르는 아도니스 강은 마치 아도니스의 피로 물들기나 하듯이 붉게 물든다. 시리아인들은 이 축제를 통해 겨울 동안 죽었던 자연이 봄이 되어 다시 살아나는 것을 표현했다.

아도니스 신화는 처음에는 시리아의 셈족 전설이었지만 그리스 신화로 편입된 것이다. '아도니스'라는 말은 셈족 말로 '주님'이란 뜻이다. 아도니스 신화의 핵심은 죽음과 부활이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신화가 곡물의 파종과 수확을 담아낸 이야기라면, 아도니스 신화는 꽃을 비롯한 식물이 죽고 다시 피어나는 현상을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를 통해 담아낸 것이다. 지하 세계에서 페르세포네가 하는 역할은 곡물뿐 아니라 꽃과 나무에도 똑같이 중요하다. 지하 세계의 어둠은 곡물과 꽃이 순환하는 과정 중 일종의 휴면기이다. 소생 또는 부활을 위한 휴식이자 죽음이다. 아도니스와 사랑으로 엮이는 아프로디테의 위력은 단순한 사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봄이 되어 꽃이 피는 자연의 소생을 통해 자연의 생식력과 번식력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프로디테의 강력한 역할은 점차 약화 소멸되었다. 시리아의 위대한 생식력의 여신은 결국 사랑의 일화를 만들어내는 여신으로 변해 버린다.

 

아프로디테는 인간도 사랑했다. 트로이의 이데 산에서 아프로디테는 프리기아 왕의 딸인 척하면서 아름다운 청년 앙키세스(Anchises)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고 아이네이아스(Aineias)를 낳았다. 앙키세스는 제우스의 자손 다르다노스(Dardanos) 가문 출신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앙키세스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엔 아이의 출생을 비밀에 부치라고 이르고 아이를 요정들에게 맡겨 얼마간 키우다가 아버지에게 보냈다. 아이는 훗날 트로이의 영웅이 되어 트로이 전쟁에서 헥토르 다음으로 용맹을 떨치게 되며, 트로이가 패하자 트로이 병사들을 이끌고 지중해 연안을 방랑한 끝에 이탈리아 연안 라티움에 도착해 자리 잡는다는 것이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아이네이스』의 줄거리이다. 아이네이아스는 그 곳 원주민의 왕 라티누스(Latinus)의 딸 라비니아(Lavinia)와 결혼하고 라비니움(Lavinium)을 건설한다.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Askanius)는 알바 롱가(Alba Longa)를 건설하고 그의 후손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Romlus)와 레무스(Remus)가 인근에 로마를 세운다. 아이네이아스는 그러므로 로마인의 시조가 된다. 결국 로마는 '새로운 트로이'이고 로마의 기원은 트로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앙키세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 아이네이아스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로마인의 원류가 제우스와 아프로디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말함으로써 로마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킨 로마의 건국 신화로 자리 잡는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196

반응형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신화 - 아폴론 1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3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아프로디테 1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헤라  (0) 2022.10.14
그리스 신화 - 데메테르  (0) 2022.10.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