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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그리스 신화 - 제우스의 애정 행각 1

by 미네R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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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애정 행각은 유명하다. 그의 애정행각은 여신들뿐만 아니라 인간 여자들에게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의 첫 아내는 지혜와 조심성의 여신 메티스(Metis)였다. 메티스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제우스는 불길한 예언을 들었다. 메티스가 이번에는 딸을 낳겠지만, 다음에는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가 될 강력한 아들을 낳아 그 아들이 자신의 왕권을 빼앗을 거라는 예언이었다. 제우스는 자신도 아버지 크로노스의 통치권을 빼앗은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는 메티스를 작게 만들어 과일과 함께 삼켜버렸다. '삼켜 먹는다'는 것은 그 먹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제우스는 메티스의 조심성과 지혜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메티스가 임신한 딸 아테나(Athena)는 태어나야 했다. 달이 차서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나려고 하자, 제우스는 할 수 없이 도끼로 자기 이마를 갈라야만 했다.

메티스 다음에는 법과 질서와 이치를 상징하는 여신 테미스(Themis)와 결혼했다. 그로부터 계절의 여신 호라이(Horai) 세 자매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Moirai) 세 자매가 태어났다. 호라이 세 자매는 에우노미아(Eunomia), 디케(Dike), 에이레네(Eirene)인데, 이들 모두 자연의 힘을 의인화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기후의 신 제우스를 도와 계절의 변화를 주관한다. 모이라이 세자매는 생명의 실을 뽑아내는 클로토(Klotho), 운명을 나누어 주는 라케시스(Lachesis), 생명의 실을 끊는 아트로포스(Atropos)인데, 이들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의 삶을 결정하는 운명의 실을 엮는다. 테미스와 제우스의 결합은 상징적인 의도가 짙은 철학 신화인 것이 분명하다. 이 신화는 전지전능한 제우스가 어떻게 세계의 영원한 질서를 유지하는지 보여주며, 아울러 그가 존중하는 '운명'이 실제로는 자신으로부터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전능함을 조금도 제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제우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와 아흐레 밤을 동침하여 음악과 시를 관장하는 여신 '아홉'자매를 낳았다. 이 아홉 자매들이 '기억'이라는 정신을 통해 신들의 나라와 인간 세상의 음악과 시를 담당하는 여신들인 무사이(Mousai)다. 영어로는 뮤즈(Muse)라고 하고, 무사이가 사는 신전을 그리스어로 무사이온(mousaion), 라틴어로는 무사이움(musaeum), 영어로는 뮤지엄(museum)이라고 한다. 무사이 자매들이 맡은 영역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이설이 많다. 아홉 자매 중, 가령 오르페우스를 낳은 칼리오페(Kalliope)는 현악과 서정시를 맡았다는 설과, 서사시와 웅변을 담당했다는 설이 있다. 클리오(Klio)의 경우도 그녀가 영웅시와 서사시를 담당했다는 설과 역사와 리라 연주를 담당했다는 설이 있다. 나머지 자매들의 담당 영역을 간단히 언급하면, 에우테르페(Euterpe)는 유행가 혹은 음악 혹은 서정시 또는 비극을, 탈레이아(Thaleia)는 희극을, 멜포메네(Melpomene)는 비극 또는 리라 연주를,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무용 또는 합창을, 에라토(Erato)는 연애시를, 폴릠니아(Polymnia)는 무용 또는 서정시를, 우라니아(Urania)는 천문학을 맡았다. 이들 아홉 자매는 신들이 향연을 벌이는 올림포스로 올라가 시와 음악으로 잔치의 흥을 돋운다. 고대로부터 르네상스 직전까지 시와 음악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시를 읊으면서 리라를 켜는 일은 문자가 창출되기 이전의 고대 사회에서는 뛰어난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이 아홉 자매가 기억의 여신의 딸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제우스는 오케아노스의 딸 에우리노메(Eurynome)와 관계를 맺어 우아함의 세 자매 여신 카리테스(Charites)들을 낳는다. 세 자매의 맏이는 아글라아(Aglaia)로 광채라는 뜻이고, 둘째는 에우프로시네(Euphrosyne)는 기쁨, 셋째 탈리아(Thalia)는 활짝 핀다는 뜻이다. 이들은 처음엔 식물들이 봄에 만발하는 것을 주관하다가, 점차 여신들의 몸치장을 활짝 피게 해 광채와 기쁨을 더하는 보조 신으로 변했다.

제우스가 헤라와 결혼한 것은 인간들의 결혼처럼 제우스에게도 결정적이었다. 결혼한 뒤로 제우스는 자유롭지 못했다. 바람둥이 제우스의 행각을 헤라는 항상 주의 깊게 살폈다. 제우스가 인간 여자들을 상대할 때마다 헤라의 분노와 질투는 대단했다. 그러나 여신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제우스가 그의 누이 데메테르를 강제로 범해서 페르세포네가 태어났을 때에도 헤라는 질투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우스의 난봉기는 계속되었다. 티탄 코이오스(Koios)와 포이베(Phoibe)의 딸 레토(Leto)와 결합해 아포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았고,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Maia)로부터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얻었다. 아틀라스의 또 다른 딸 엘렉트라(Elektra)와 결합해 목신 판(Pan)을 낳는다. 판은 상반신은 인간의 몸이고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이며, 머리 양편엔 뿔이 달려 있었다.

 

 

이진성 - 그리스 신화의 이해,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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