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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그리스 신화 - 디오니소스 1

by 미네R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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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나오는 충만을 포도와 포도주의 힘을 통하여 발현하는 디오니소스는, 도취감을 일으키고 신비로운 착상과 억제할 수 없는 광란을 불러일으킨다. 디오니소스의 영역은 정서이며, 그는 태어날 때 신이 아니었지만 신으로 거듭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바이의 창시자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 사이에서 잉태된 아들로, 그 이름 '디오니소스'가 '두 번 태어난 자'를 의미하는 것처럼 출생에 얽힌 이야기는 기구하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세멜레를 자매들은 무척 질투했다. 그래서 자매들은 세멜레가 보잘것없는 연인에게 몸을 맡겼다고 생각하는 척했다. 세멜레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멜레는 연인이 신이라는 증거를 보고 싶어 했다. 그녀는 제우스게에게 졸랐다. 헤라에게 나타나듯 자신에게 영광스럽고 멋진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제우스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우스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자 번개와 벼락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고, 그 바람에 세멜레는 놀라서 죽고 말았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뱃속에서 6개월 된 아이를 꺼내 자신의 넓적다리에 넣고 꿰맸다. 달이 차서 태어났을 때 어린 디오니소스는 손색이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제우스는 아이를 기르자니 헤라의 질투가 염려되어 매우 난처했다. 고심 끝에 제우스는 세멜레의 언니 이노(Ino)와 그의 남편인 오르코메노스(Orchomenos)의 왕 아타마스(Athamas)에게 디오니소스를 길러달라고 은밀하게 부탁했다.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자 옷을 입히라고 당부도 했지만, 헤라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화가 난 헤라는 이노와 아타마스를 미치게 만들어 서로 죽이게끔 했다. 그러자 제우스는 아이를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니사(Nysa)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사라는 장소는 애매모호한 곳이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을 풀이하기 위해 만들어낸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디오니소스(Dionysos)'를 '니사의 제우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아이를 새끼 염소로 변신시켜 이곳에서 요정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게 했다. '새끼 염소'는 후일 디오니소스를 가리키는 의식적인 표현들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성인이 된 디오니소스는 포도로 포도주를 만드는 법을 터득해 동료들과 만취해서 즐긴다. 그러나 헤라가 디오니소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성을 잃고' 미친 디오니소스는 이집트와 시리아를 정처 없이 쏘다녔다.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그의 여행에 동참하여 그를 뒤따랐다. '마이나데스(Mainades)'라고 불리는 남녀로 구성된 이 디오니소스 숭배자들 중에는, 나귀에 올라탄 늙은 실네노스(Silenos), 그를 길러준 요정들,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동물로 통음난무를 대표하는 사티로스(Satyros), 왕성한 생식력의 프리아포스(Priapos) 등이 있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흥겹게 무아지경에 빠졌다. 디오니소스 자신은 표범 위에 올라타고, 손에는 송악으로 장식되고 끝은 솔방울로 마감된 '티르소스(Thyrsos)'라는 긴 홀을 들고 다녔다.

가난하고 억압받은 사람들의 디오니소스 숭배 열기는 대단했다. 남부 이탈리아 및 시칠리아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황소를 신으로 섬기며 잡아먹던 관습이 디오니소스 숭배의 첫 의식으로 도입되었다. 디오니소스 숭배자들은 들판에 황소를 풀어놓은 뒤, 들판을 가로지르며 황소를 쫓아다니다가 황소를 잡아 죽여 그 피를 마시고, 황소를 찢어 그 고기를 익히지 않고 '날로' 먹었다. 이러한 의식이 디오니소스 숭배의 초기 형태였다. 신으로 섬기던 황소의 고기를 '날로' 먹음으로써 신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신에 동화된다는 것이 이 의식의 목표였다. 이러한 비합리적 행위를 통해 디오니소스 추종자들은 도취감과 열광을 만끽할 수 있었다.

디오니소스와 그 무리들이 그리스 북부 트라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왕인 리쿠르고스(Lykourgos)는 고삐 풀린 이들을 냉대했을 뿐만 아니라 디오니소스를 잡아 가두려고까지 했다. 디오니소스가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가서 몸을 피하자, 왕은 마이나데스들 중 여자들을 잡아 가두었지만 신비롭게도 곧 풀려나고 오히려 왕이 미쳐버렸다. 미친 그는 도끼로 포도나무 그루를 자른다고 생각하고 내리쳤는데 실제로 잘린 것은 자기 다리와 아들의 손발이었다. 정신이 돌아와 살펴보니 온 나라가 말이 아니게 황폐해져서 불모의 땅이 되어 있었다. 신탁을 물으니 디오니소스의 분노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본인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왕은 백성들에게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그 후 디오니소스 일행은 트라케를 떠나 배를 타고 소아시아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선장이 디오니소스를 아시아에 노예로 팔아버리려고 했다.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선원들을 모두 미치게 만들어, 제각각 바다에 몸을 던져 돌고래로 변하게 했다. 디오니소스가 아나톨리아의 프리기아에 도착했을 때, '신들의 어머니'이자 야생의 자연 속에서 살며 동물과 식물의 생식과 성장을 관장하는 '어머니 여신' 키벨레(Kybele)가 디오니소스의 광증을 고쳐주고 자신의 비교에 입문시켰다. 이때부터 디오니소스의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내친김에 인도까지 멀고 먼 여행을 계속했다. 그가 지나는 곳마다 '자유로운 아버지'이며 '해방자'인 디오니소스의 놀라운 능력에 환호했다. 그의 마력이 모든 곳을 매료시켰다. 고대 조각가들과 화가들은 디오니소스의 이 같은 승리의 대장정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을 상기시키도록 재현했다. 디오니소스의 여행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인도 원정을 모델로 헬레니즘 시대에 꾸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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