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
아레스(Ares)는 원래 사나운 전사들과 말로 이름난 그리스 북부 트라케 지방의 전쟁의 신이었다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변해 올림포스 신으로 편입되었다. 그는 올림포스의 대부분의 신들과 제우스에게조차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피와 살육을 즐기는 전쟁의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갑옷에 투구를 쓰고 방패와 창검으로 무장하고 다녔는데, 그 주위에는 '불안'의 신 데이모스(Deimos), '공포'의 신 포보스(Phobos),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 '싸움'의 여신 에니오(Enyo)가 항상 따라다녔다.
아레스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는 달리, 목적이나 명분도 없이 야만적인 움을 즐기는 난폭한 신이다. 문명화되거나 체계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사육을 일삼는 잔인한 신이다. 이러한 아레스를 그리스인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아레스가 싸움이나 전쟁에서 부상당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했다. 아레스는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아들 키크노스(Kyknos)를 죽이자 헤라클레스에게 창을 던졌지만 아테나가 창을 빗나가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창을 던져 응수했다. 이번에는 창이 아레스의 넓적다리를 맞혔다. 아레스의 부하들이 곧 그를 데리고 물러갔다. 아레스의 난폭한 잔인함이 헤라클레스의 정의로운 용기와 아테나의 씩씩한 지혜에 압도당한 것이다. 트로이 전쟁 때는 그의 연인 아프로디테가 트로이를 지원하자 아레스도 트로이 편에 섰다. 그러나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디오메데스(Diomedes)가 던진 창에 아랫배를 찔려 비명을 지르고 '신의 피'를 흘리며 올림포스로 도망쳐야 했다. 제우스의 신임을 받고 아울러 다른 신들로부터 존경받는 아테나의 지혜로운 힘과 전술이 사납고 잔인하기만 한 아레스를 제압한 것이다.
아레스에서 비롯된 전설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러나 아테네에는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의 '아레이오스 파고스(Areios Pagos)'가 남아 있다. 옛날 옛적에 이 언덕 밑에는 샘이 하나 흐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바로 여기에서 아레스와 아테네의 왕 케크롭스의 딸 아글라우로스(Aglauros)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알키페(Alkippe)를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Halirrhothios)가 강제로 욕보였다. 아레스는 달려가 딸을 욕보인 자를 죽였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그를 고소했다. 올림포스 신들로 구성된 재판이 바로 이 언덕에서 개최되었다. 논의 결과 아레스에게 무죄가 선포되었다. 그리고 이 재판을 기념하기 위해 이 언덕을 '아레이오스 파고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후 고대 그리스인들은 종교와 살인에 관한 범죄를 심판하기 위한 법정을 '아레이오스 파고스'에서 열었다.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도 여기서 신들의 심판을 받고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그리스의 최고 법원을 '아레이오스 파고스'라고 부른다. 물론 이 최고 법원은 그 언덕이 아닌 도심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올리포스 신들로 구성되어 개최된 아레스의 재판을 기념하고, 재판의 연륜을 돋보이게 하려는 민족적 배려가 깃들어 있어 그리스 문화의 깊은 맛을 실감할 수 있다.
아레스에 관한 전설 중 널리 알려진 것은 그가 테바이에 그의 아들인 용이 지키는 샘을 하나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카드모스(Kadmos)가 시리아로부터 여동생 에우로페(Europe)를 찾으러 왔다가 못 찾고 헤매던 중 델포이의 신탁을 쫓아 도착한 곳이 이 샘이었다. 카드모스가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기 위해 물을 푸려고 하자 용이 제지했고, 분노한 카드모스는 용을 죽였다. 카드모스는 속죄의 뜻으로 7년 동안 아레스의 종으로 일했다. 이 기간이 끝나자, 아레스는 자신과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 하르모니아(Harmonia)를 카드모스와 결혼시켰다. 테바이 왕가는 이 결합으로부터 시작한다.
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의 남편이고, 불을 쓰며 일하는 대장장이이자 각종 금속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다. 『일리아스』는 그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말하고 있지만,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탄생』에서는 제우스가 아테나를 혼자서 출산하자 화가 난 헤라가 사랑의 결합 없이 혼자 낳은 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는 다 같이 헤파이스토스가 다리를 절뚝였다고 말한다. 다리를 절뚝이게 된 원인으로는 제우스가 부부 싸움 중에 헤라 편을 드는 헤파이스토스를 내던져 하루 종일 날아가다 렘노스 섬에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을 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리아스』를 자세히 읽으면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였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헤파이스토스가 태어나면서부터 절름발이였다는 이야기에 의하면, 헤라가 불구인 아이를 보기 싫어 냅다 내던졌더니 아이가 바다에 떨어졌고, 그때 여신 테티스와 여신의 딸 에우리노메(Eurynome)가 아이를 구해 주었다. 아이는 바닷속 넓은 동굴에서 9년 동안이나 여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팔찌, 귀걸이, 브로치, 반지, 목걸이 등 수많은 장신구들을 만들면서 자랐다. 이때부터 벌써 헤파이스토스의 재능이 돋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무엇보다도 불을 다루는 기술자로, 신들의 무기는 물론 각종 금은 세공품 및 진귀한 물건과 희한한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헤파이스토스는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 신이지만 글자 그대로 대장장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자 전문 기술자이고 발명가였다. 헤라에게 선물한 멋진 황금 의자를 비롯하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쇠줄을 엮어 만든 그물, 그리고 올림포스 신들의 방의 장식은 모두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몸이 불편한 자신을 돕도록 황금으로 두 하녀를 만들었다. 일종의 로봇에 해당하는 이 하녀들은 이성이 있고 말도 할 수 있어 살아 있는 처녀들 같았다. 그의 발명품은 꿈과 마법의 작품이었고, 그는 신비한 재능과 기술을 가진 장인이며 발명가였다. 그는 테티스의 요구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무기를 만드는 것부터 자동 기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기술과 발명의 위력을 곳곳에 과시했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물과 진흙으로 인형을 빚어, 아테나, 헤르메스,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리스의 이브인 판도라를 만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다른 신들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나빴다. 게다가 아무런 권력도 없었다. 자신의 재능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재능을 발휘하면서 살려니까 작업장에서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해야만 했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그가 열심히 일한 결과들이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그에게는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 그러나 신체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들과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첫 아내는 우아함의 세 자매 신들 중 막내인 아글라이아(Aglaia)라는 설도 있다. 그리고 그는 신들 중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는 행운도 얻는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곧 미남 아레스와 눈이 맞아 불륜 관계를 계속한다. 불행해진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을 찾아온 아테나를 강제로 욕보이려다 그만 여신의 허벅지에 사정을 하고 그 정액이 땅에 떨어져 에리크토니오스가 태어났다. 그러나 아테나는 이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생각하고 키운다. 헤파이스토스는 그 밖에 렘노스 섬의 카베이로이(Kabeiroi)족의 시조인 카드밀로스(Kadmilos)를 카베이로(Kabeiro)에게서 얻었다. 전설적인 조각가 아르달로스(Ardalos)와 유명한 강도 페리페테스(Periphetes)도 헤파이스토스의 아들이다. 사랑의 에피소드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의 자손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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