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그리스 신화 - 아르고호 원정대 1

by 미네R 2022. 11. 12.
반응형

'아르고(Argo)'라는 말은 '빠른'이라는 뜻의 배 이름이면서, 동시에 배를 건조한 아르고스(Argos)를 연상시키는 말이다. '아르고' 뒤에 붙은 'nautes'는 '선원들'을 뜻하는 말로, 이아손(Iason)이 주도한 모험에 참가한 원정대원들을 가리킨다.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는 호메로스 시대에 벌써 알려져 있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도 언급되고 있으나 이때의 문헌은 현재 남아 있는 것이 없고, 기원전 460년에 핀다로스(Pindaros)가 아폴론 축제인 피틱(Pythique) 경기의 제4회 우승자에게 헌정한 시에 수록된 이야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하지만 모험의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한 문헌은 통상적으로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로도스 섬의 아폴로니오스가 쓴 『아르고호 원정대』를 꼽는다.

 

테살리아의 페릴온 산기슭에 있는 도시 이올코스(Iolkos)의 왕 아이손(Aison)은 이복동생이자 포세이돈의 아들인 펠리아스(Pelias)에 의해 왕권을 빼앗기고 유배의 길을 떠나야 했다. 왕자 이아손 역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전설적인 영웅들이 모두 그랬듯이, 이아손도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족의 케이론(Cheiron)에게서 의술을 비롯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성인이 되자 그는 스승을 떠나 신분을 감춘 채 이올코스의 광장에 나타났다. 그는 표범 가죽을 걸치고 양손에 창을 들었는데 아이톨리아(Aitolia) 지방 전사들의 오래된 관습에 따라 왼발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그런 이상한 차림으로 광장 한복판에 나타난 것이다. 때마침 그의 삼촌 펠리아스 왕은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이상한 차림새의 청년을 본 펠리아스는 문득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자를 경계하라는 신탁이 생각났다. 왕은 청년을 가까이 불렀다. 그리고 왕에게 음모를 꾸미는 자에게 어떤 벌을 내리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이아손은 '황금 양털'을 찾아오라고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펠리아스는 바로 이아손이 죄를 지은 당사자라고 지목하고, 자신이 치러야 할 징벌을 스스로 내렸다고 말했다. 이아손은 꼼짝없이 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설 원정대를 조직해야 했다.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야 하는 황금 양털에는 내력이 있었다. 예전에 헤르메스는 허공을 날 수 있는 황금빛 양을 테바이의 왕 아타마스의 첫 번째 아내 네펠레(Nephele)에게 선물했다. 제우스가 어린 디오니소스를 길러달라고 부탁했던 바로 그 아타마스였다. 왕의 두 번째 부인인 이노(Ino)는 나라의 흉년을 벗어나게 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네펠레가 낳은 남매 프릭소스(Phrixos)와 헬레(Helle)를 제물로 바치려 했다. 프릭소스와 헬레는 황금 양의 등에 올라타고 공중을 날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헬레는 해협을 지나던 중 떨어져 익사하고 말았다. (그 뒤로 헬레가 떨어져 죽은 그 해협을 '헬레의 바다'라는 뜻의 '헬레스폰토스(Hellespontos)'라고 불렀다) 그러나 프릭소스는 안전하게 흑해 동쪽 연안의 콜키스(Kolchis)에 도착했다. 매일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었다는 코카서스 산맥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프릭소스는 감사의 표시로 황금 양을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치고 황금 양털은 그를 따뜻하게 맞아준 그곳의 왕 아이에테스(Aietes)에게 선물했다. 왕은 다시 이 양털을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바쳤다. 왕은 황금 양털을 아레스 숲속의 떡갈나무에 단단히 묶어놓고 무서운 용이 지키게 했다.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찾아오라고 한 황금 양털은 그렇게 멀고 먼 곳에, 게다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무릅써야 했다. 아폴로니오스는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이 모험을 부과한 것은, 그를 도중에 죽게 하거나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핀다로스는 그런 의도도 있었지만 만약 이아손이 돌아왔을 경우 왕권을 진정으로 이아손에게 돌려줄 생각도 있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원정'은 이중의 목적을 갖는 것이다.

 

펠리아스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 이아손은 전설적인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가기 위해 우선 델포이로 가서 신탁을 얻은 다음, 헤라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 전역의 용맹스러운 영웅들을 모았다. 그리고 프릭소스의 아들 아르고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르고스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받으면서 테살리아의 한 항구에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르고호'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배엔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아테나 여신이 몸소 자른, 도도네의 예언력이 있는 떡갈나무 조각으로 뱃머리를 만들었는데 아테나가 말하는 능력을 주어 이 배는 예언까지 할 수 있었다. 아르고스가 배를 만드는 동안 이아손은 많은 동료들을 모았다. 시대에 따라 신화 기록자들과 시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빛내기 위해 서로 다른 영웅들이 '원정'에 참가한 것으로 말하기 때문에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목록에 등장하지만, 대체로 50명 내외이며 작가에 따라 참가자 명단은 약간씩 다르다. 참가자들은 트로이 전쟁 직전 세대의 영웅들로서 아가멤논이 이끈 트로이 원정군 전사들의 아버지들이다. 역관 암피아라오스 같은 인물은 테바이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중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원정대장 이아손과 배를 만든 아르고스, 아드메토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아이아스의 아버지 텔라몬과 나중에 뒤늦게 덧붙여지는 헤라클레스, 북풍 보레아스의 날개 달린 두 아들 칼라이스와 제테스, 틴다레오스의 두 아들이자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로 불리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떡갈나무판자도 꿰뚫어 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가진 륑케우스, 원정대의 공식 역관 이드몬그리고 노 젓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박자를 맞추기 위해 승선한 트라케의 음악가 오르페우스 등은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들이다.

 

 

이진성, 『그리스 신화의 이해』, p244

반응형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신화 - 오르페우스  (0) 2022.11.01
그리스 신화 - 하데스  (0) 2022.10.31
그리스 신화 - 포세이돈  (0) 2022.10.27
그리스 신화 - 디오니소스 2  (0) 2022.10.26
그리스 신화 - 디오니소스 1  (0) 2022.10.25

댓글